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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젯밤, 오른팔녀석이 새끼손가락만한 말벌을 핀에 꽂아서 잡아왔다.
기어다닐 정도만 되어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겠지만 핀에 꽂혀 죽어버린 모습이 마냥 안쓰러워 핀을 뽑고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아침에 보니 완전히 죽어버린줄 알았던 말벌이 비비적비비적 기어다니고 있다.
겨우 발버둥치는 정도라 풀숲으로 던지면 얼어죽던지 개미밥이 되던지 둘 중 하나일 것 같아서 가만히 두고 보았다. 포도 쥬스 한방울 빠트리고.

꼬박 하루를 비비적거리다 운동을 갔다오니 이 녀석이 더 이상 움직이질 않는다. 굳어있는 말벌을 보는데 동시에 내 잔인함까지 겹쳐보인다.
나, 하루종일 모니터 앞 시선이 닿는 곳에 녀석을 놓아두고 힘겹게 숨쉬고 여러개의 발을 버둥거리며 몸부림 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거든.

그러구보면 참으로 표정없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 호주임님께서 외근을 다녀오셔서 "공기가 참 무겁네요..무슨 일 있었나요??"
라고 하시길래 가을이라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설득력이 없다고 웃으신다. 요즘 내 문제는 너무 복합적이라 나조차도 원인을 잘 모른다는 게 문제지.

이번 달엔 결혼식이 네 개, 제사가 한 개, 그리고 뭔가 비워놔야할 것 같은 하루가 끼어서 주말 내내 정신이 없을 예정이다.
모임도 하나 있는데 다행인 건 하루도 겹치는 날이 없다는 거. 더 다행인 건 스케쥴 여섯개 중 다섯개가 본가동네라는 거. 근데 문제는 본가동네라는 거.

정장입고 일하는 사람답지 않게 제대로된 정장은 딱 두 벌, 행사용으로 입을만 한 건 한 벌이었던지라 지난 주말 정장을 한벌 샀다.
요즘 뜀박질이 좋아져서 생각지도 않았던 트레이닝복도 한벌 샀는데 오늘은 정장 찾으러 갔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가죽자켓까지 긁을 뻔 했다.

무표정한 요즘 심정을 그대로 전해서 말이다. 뭐랄까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이렇게 범행을 저지르겠구나 하는 정도?
이럴 때를 주의해야한다. 나다운 게 무엇인지도 모를만큼 존재감이 모호해지면서 뭐든 부정하게 되고 상식까지 없어지는 이럴 때.... 역시 난 남자인가?




by ▒夢中人▒ | 2009/11/03 23:14 | 일기장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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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푸 at 2009/11/04 13:37
여전히 잘 지내시는군효~
어서 빨리 블로그에...
좋은 소식을 듣고싶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아~ 플루도...)
Commented by ▒夢中人▒ at 2009/11/16 23:19
★ 푸푸님
이런 상태를 잘 지내는 걸로 봐주시다니(.. )

흐흐 암튼 언넝 노력해서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야하는데....
그러구보니 얼음집생활 5년동안 염장블로그 한번을 못 보여드렸군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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